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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의 탄생과 종말우주의 기원 2020. 7. 5. 21:23
지난 포스팅에 이어 블랙홀이 만들어지는 원리를 설명해보려 합니다.
그 첫 번째는 별의 붕괴였었죠.. 다른 원리들도 알아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블랙홀, 어떻게 만들어질까?
두 번째 : 중성자별의 붕괴
이미 항성 때부터 그만한 질량을 가지고 있거나, 초신성 폭발 이후 생성된 중성자별이 주변 물질을 꾸준히 모아 질량을 키우다가 한계 질량을 돌파하게 되면, 더 이상 중력으로 인한 천체의 수축을 막아낼 수 없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천체가 계속해서 수축되다가, 결국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을 넘어서서 끝없이 수축되죠. 그리고 그 붕괴 이후에 나타나는 것이 블랙홀입니다. 이외에도 중성자별 간의 충돌로 블랙홀이 형성될 수 있습니다.
세 번째 : 가스의 직접 붕괴
초대질량 블랙홀의 경우 항성 질량 블랙홀과는 생성이 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주된 근거는 우주의 나이가 얼마 되지 않았을 때(10억 년 정도)도 태양 질량의 백억 배에 달하는 괴물 블랙홀들이 발견된다는 점에 있습니다. 통상적인 항성 질량 블랙홀의 성장 속도로는 이러한 블랙홀들이 형성될 수 없다고 추측하는 거죠.
블랙홀은 질량에 비례하는 성장속도의 한계가 존재합니다. 이를 에딩턴 한계라고 하는데, 그 속도는 최대 100만 년에 자기질량의 2% 정도입니다. 이 한계를 유지하면서 질량을 불린다면 10배로 커지는 데에 최소 1.21.2억 년이 소요됩니다. 이러한 한계속도가 존재하는 이유는 블랙홀에 유입되는 가스가 에너지로 전환되면서 복사압을 내기 때문입니다. 이 복사압에 의해 블랙홀에 떨어지는 가스의 양이 제한되게 되는데, 특수한 상황을 가정하면 에딩턴 한계를 넘어서는 속도로 블랙홀이 성장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한계치를 계속 유지하면서 성장하는 것도 비현실적이라고 봅니다.
별의 죽음으로 탄생하는 블랙홀은 아무리 커 봐야 태양 질량의100배 정도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런 블랙홀이 태어날 수 있는 가장 이른 시기는 최초의 별이 탄생했을 우주 나이 1억 년 정도입니다. 그러면 우주의 나이가 10억 년이 될 때까지 약 90억 년 동안 한계치를 유지하며 성장해도 우리가 관측하는 태양질량 100억 배에 도달하지 못합니다. 여러 가지 무리한 시나리오를 짜서 한계를 넘어서는 성장을 설명하려하느니, 차라리 별의 죽음 이외에 다른 방법으로 더 큰 블랙홀이 초기 우주에 태어났다는 시나리오가 더 나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항성 단계를 거치치 않고 가스 자체의 붕괴로 처음부터 태양의 수만 배 이상의 질량을 가진 거대 블랙홀이 형성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천문학의 오래된 문제 중 하나입니다. 일반적으로 거대한 가스가 응축된다면 작은 여러 개의 조각으로 쪼개지는 '파편화'가 일어나며, 여기서 탄생한 별들이 얼마 되지 않아 초신성 폭발을 일으켜 가스의 응집을 방해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만일 우주 탄생 초기의 가스 구름은 현재와 조건이 달라서 거대 블랙홀이 한 번에 탄생할 수 있었다는 것이 증명된다면 문제가 해결되겠죠?
# 블랙홀의 종말
블랙홀의 탄생을 알아봤으니 이번엔 종말도 알아봅시다.
블랙홀에도 수명은 존재하며, 호킹 복사라는 작용에 의해 입자를 방출하다 질량이 줄어들어 결국엔 사라질 것으로 예측됩니다. 질량을 잃으면서 블랙홀은 조금씩 밝아지기 시작하며, 거의 마지막에 증발이 심해져서 창백하게 빛나며 높은 에너지의 감마선과 소립자를 방출합니다. 마지막에는 감마선 폭발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격렬하게 감마선을 방출하면서 증발하고는 소멸합니다. 다만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블랙홀들이 이 폭발까지 도달하려면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며, 질량이 태양 정도인 블랙홀이 증발해서 소멸할 때까지는 약 3.4×10673.4 ×1067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리고 현재까지 발견된 블랙홀들은 모두 태양 질량 이상이므로 증발하는 데에는 그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리겠죠.
게다가 현재 우주에는 우주 배경 복사라는 2.7K의 전자기파가 존재하는데, 태양 질량의 블랙홀이 호킹 복사로 내보내는 열복사의 에너지는 약 100nK(나노 켈빈)으로 블랙홀이 증발하는 에너지보다 받아들이는 에너지가 훨씬 큽니다. 심지어 블랙홀의 열복사 에너지는 블랙홀의 질량이 클수록 더 낮기 때문에 현재 시점에서 태양보다 더 무거운 블랙홀들은 배경 복사만으로도 질량이 오히려 늘어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항성 질량 이상의 블랙홀들이 호킹 복사를 통해 질량을 잃기 시작하는 시점은 우주가 좀 더 팽창하여 온도가 낮아지는 먼 미래가 될 것입니다.
따라서 블랙홀은 일반적인 별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랜 시간 동안 우주에 남아있을 것입니다. 현존하는 별들과 새로 탄생하는 별들을 포함한 모든 별들이 죽고 난 후에는 결국 블랙홀로만 이루어진 우주가 남게 될 것입니다. 이는 블랙홀이 특정 부피 내에서 최대의 엔트로피를 가질 수 있는 형태이기 때문입니다. 이 블랙홀들은 서로를 공전하며 중력파의 형태로 궤도 에너지를 계속해서 방출하며 서서히 가까워지다가 결국 합쳐질 것이며, 약 1040년 후에는 국부 은하군 전체가 합쳐져 거대한 블랙홀을 이룰 것입니다. 하지만 이 블랙홀도 약 10100년이 지나면 증발할 것이며, 마지막에는 우주에 균일하게 흩뿌려진 기본 입자들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될 것입니다. 만일 양성자 붕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다른 천체들이 블랙홀보다 오래 생존할 수 있지만 이마저도 10의 10승의 26승년 정도가 지나면 양자 터널링으로 인해 붕괴하여 블랙홀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물론 외부에서 보면 블랙홀의 수명이 매우 긴 것처럼 보이지만, 한 가지 알아 두어야 할 것이 외부에서 본 블랙홀의 시간은 엄청나게 지연된 상태라는 것입니다. 사람이 블랙홀에 빨려 들어갈 때도 외부 관찰자가 볼 때는 사건의 지평선에 근접하게 되면 사실상 움직임을 멈춘 것처럼 보이게 됩니다. 즉, 블랙홀 자체의 시간은 외부에서 봤을 때 사실상 멈춰있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사건의 지평선 내부에서 특이점을 관찰할 수 있다면 블랙홀 자체의 실질적인 수명은 생각보다 짧을지도 모릅니다. 블랙홀 자체에서 일어나는 호킹 복사는 매우 폭발적으로 일어나지만, 중력으로 인해 시간 지연 효과가 극심하게 나타나다 보니 외부에선 그 폭발적인 호킹 복사가 매우 느리게 진행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입니다.
# 블랙홀에 빨려 들어간다면 어떻게 될까?
블랙홀 내부에 대한 호기심은 아마 수많은 과학도들의 공통된 관심사일 것입니다.
자유 낙하하는 물체는 '무중력' 상태가 됩니다. 만약 지구 질량 블랙홀에 100m 이내까지 다가가서 어딘가 블랙홀의 질량에 영향을 받지 않는 발판에 '서 있다면' 몸무게가 65,536배로 증가하기 때문에, 도저히 버티지 못하고 뼈와 살이 분리되어 바닥에 널브러질 것입니다. 하지만 블랙홀로 '떨어지고 있다면' 몸무게는 0kgf가 됩니다. 이 경우, 사람이 죽게 되는 원인은 블랙홀의 특이점에 지나치게 다가가서 조석력에 의해 분해되는 것일 뿐입니다.(혹자는 블랙홀의 중심에는 영원히 다가갈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 이유로는 중력을 가지고 있는 일반 행성 및 항성 등의 천체와 달리, 방출력을 띠기 때문에 형체가 없으며 따라서 밀어내는 힘만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블랙홀에 다가가다 조석력으로 죽는 이유는 특이점에 다가갈수록 중력의 방향이 곡선을 띠기 때문입니다. 촛불 하나를 놓고 1m 앞에 서 있다면 빛을 가장 잘 받는 부분인 허리가 가장 밝고 머리와 발끝은 어둡게 되죠. 마찬가지로 특이점에 다가갈수록 물체의 끝과 끝에서 받는 중력의 힘이 차이가 나므로, 허리 부분이 더욱 강하게 중력 가속도를 받다가 결국 끊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태양빛같이 매우 먼 거리에 있는 특이점일 경우, 머리와 허리, 발끝에 받는 빛의 양은 차이가 없습니다. 따라서 물체의 크기에 따라 물체가 파괴될 수 있는 조석력은 약해지게 됩니다. 태양과 질량이 비슷한 블랙홀이라면 사건의 지평선을 건너기 전에 조석력의 영향으로 죽게 되며, 만약 사건의 지평선 바로 위로 텔레포트하더라도 1/100,000초란 시간 안에 조각나서 죽을 것입니다. 허나 아메바만한 세포라면 사건의 지평선에서 특이점으로 떨어지는 동안 살아 있는 시간이 좀 더 길어지게 됩니다. 만약 질량이 지구 정도인 작은 블랙홀이라면 세포도 금방 죽습니다. 허나 놀랍게도, 퀘이사 중심에 위치한 태양 10억 배 질량 블랙홀이라면 태양~지구 거리에 달하는 사건의 지평선을 '통과하고' 나서도 인류는 무려 1,000초, 즉 약 15~20분 동안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만약 태양 수천 조배 질량을 가진 블랙홀이 존재한다면 사건의 지평선을 건넌 후, 사람이 수십 세대를 이어갈 시간 동안 생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건의 지평선(거리)은 블랙홀의 질량에 비례하지만, 중력은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블랙홀의 질량이 충분히 클 경우 시간의 지평선 안쪽으로 빠져들고 나서도 조석력(기조력)의 영향으로 사물이 파괴될 때까지 한참을 더 떨어져야 하는 것이죠. 물론 특이점에 도달하여 특이점과 충돌하게 되면 사망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놀랍게도 영화 ‘인터스텔라’와 같은 시나리오는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인터스텔라에 나오는 블랙홀, 즉 커 블랙홀(Kerr Black Hole)의 경우 특이점의 모양이 도넛 모양이라고 합니다. 도넛 모양이라는 것은 특이점의 가운데가 뚫려있다는 것인데, 특이점에 충돌하기 직전 특이점 근처에서 아주 강한 추진력(현재까지 개발된 로켓의 추진력으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훨씬 더 큰 추진력이 필요합니다.)을 이용하여 특이점의 가운데를 통과할 수만 있다면 블랙홀 근처에 생성된 웜홀을 통해 다른 공간으로 나올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나온다고 해서 다시 지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이미 특이점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조석력으로 인해 갈기갈기 찢어질 테니 말입니다. 설령 절대 조석력이 찢을 수 없는 마법의 우주선을 타고 있었다고 해도 웜홀을 타고 탈출한 곳이 지구 근처일 확률은 0에 가깝습니다. 우주 전체에 비하면 지구는 원자만도 못한 작은 존재이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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